Back
November 26, 2010
Journal
Weapons and Instruments
Back
Weapons and Instruments
TypeJournal DateNovember 26, 2010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것처럼 처음으로 폭력을 접한건 가정이었고 다음은 학교였고 그다음은 사회였다. 지인의 죽음은 스무살때였다. 고2때 같은반이었던 강경대가 데모하다 대낮에 길에서 전경들에게 맞아 죽었다. 강경대는 열사가 되었고 나는 좀 헤깔렸다. 별로 연연하지 않고 계속 놀았지만 놀다가도 닭장차에 끌려가 얻어맞고 경찰서에서 하루 보내고 보리밥에 단무지도 먹었다. 그리고는 미팅을 하러 갔다. 20년전 얘기다. 많은 재외 한국인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많이 읽는다. 며칠전에 연평도에서 20년전에 태어난 군인들이 죽었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동료인 니코가 와서 한국 괜찮냐고 묻는다. 나는 괜찮다고, 한국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잘 산다고 대답했다. 토마토와 치즈 넣은 빵을 마저 먹고 다시 악기를 만들러 간다.
얼마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Kinect로 한건했다. 신기술에서 항상 애플에 뒤쳐져 왔던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기인 Xbox에 부착하는 모션트래킹 카메라를 내놓았다. 이 기계는 150불이고 나온지 몇시간만에 해킹이 되어 게임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 관계자들에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사람의 머리, 손과 발을 트래킹하는 이 위대한 싸구려 신기술은 사실 이스라엘 군대에서 개발되었고  실리콘 밸리에 오락용으로 팔려고 갔는데 위대하신 애플이 너무 까다롭게 굴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갔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둠속에서도 복싱게임을 할수 있고, 군대에서 사용하면 정확하게 머리에 타격도 가능하다.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엔지니어 친구가 말하길 뭐든 잘써서 아트로 바꿔버리면 된다고 한다. 

그 중국에 있는 마크는 진짜 엔지니어고 나는 마구리 엔지니어다. 한국친구들에게 '암서동 전파사 권씨'라고 나를 소개한다. 암스텔담 서쪽에 사는,  '순돌이아빠'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여느 재외 한국인들처럼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돈벌고 능력을 갖춰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순박한 꿈을 가졌던 사람이다. 음악하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명분은 그 음악이나 사람에 내가 공감할수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안 후론 여느 직장인들처럼 일을 일같이 한다. 내 직장은 스타임(STEIM)이란 곳이고 네덜란드 정부 보조로 운영되며 전자악기개발, 전자음악육성등을 해온지 이제 40년되었다. 니코는 1971년부터 스타임에서 일해온다. 진공관 이후론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사무직을 보는 옛날사람이다.어제는 스타임에서 공연이 있었고 공연이 있는 날은 동료들과 회식이 있다. 어제의 화제는 지미 헨드릭스였다. 케이스는 18살에 로텔담에서 지미헨드릭스 공연 본 것을 30분동안 장황하게 얘기했다. 케이스는 그 후 배를 탔고 드러머가 되었고 퍼커셔니스트로 활동하였고 지금은 스타임에서 공연음향을 담당하고 있다. 스타임의 공연용 믹서는 야마하 O2R이다. 10여년전에 강아지문화예술이란 인디레이블 녹음실에서 많은 좋은 노래들을 이 믹서로 만들었다고 케이스에게 얘기했다. 우리는 공연전에 슈퍼에서 사온 와인을 마시며 믹서의 기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20년전에 같은과 친구의 생일파티 날이었다. 그 친구는 생일날에도 투쟁가를 호프집에서 불렀고 갑자기 500 맥주잔이 날라와 그 친구의 머리를 스치고 다른친구의 머리위에서 깨졌다. 옆테이블의 전경들이 화난 전경을 말리고 있었다.나는 왜 그 친구가 자기 생일날에도 그런 노래를 불러야 했는지 또 같은또래의 전경들이 왜 하필 옆테이블에서 회식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20대의 일이다. 그 친구는 지금 월간조선에서 일하고 있다. 그때 우리를 이끌던 선배 민석이형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SK에서 일하고 있다. 억지로라도 이해를 하자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20대의 일이다.

스타임에서 하는 일 중에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리써치를 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써킷을 디자인하고 또 만드는 일들이 있다.  요즘 하는 일은 무선으로 제어하는 소리가 나는 공이고 작곡가 톰 존슨을 위한 일이다. 세달동안 열심히 한 일이고 마구리치고는 잘 만들었다. 부품들이 작아 하루종일 집중해서 만들면 두개정도 만든다. 한번은 카파시터 잘못 연결해서 스위치를 켜자마자 뻥 터졌다. 아주 작은 폭발이지만 깜짝 놀라고 그후에도 계속 겁이 난다. 폭탄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하나씩 연결을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다시 한국 뉴스를 읽는다.
그사이 한국에서는 남대문이 불탔고 용산의 콘테이너가 불탔고 스님이 불탔고 군함이 가라앉고 이제 시작하는 청춘들이 대낮에 폭탄에 맞아 죽었다. 누구로부터 시작된 폭력이고 어디가 끝일지, 어찌 갚아줄지, 아니면 동생 말처럼 도를 닦아야 하는지,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악기를 만들어야하는지, 땜질하면서 계속 생각한다.
상부의 지시로 최근에 만든 설계도면은 그림과 같다. 유사 공모양이나 조금의 진동도 감지하여 강력한 빛으로 반경 20미터 이내의 사람들의 눈을 멀게하고 굉음으로 고막을 터지게 만들수도 있다. 1마일 이내, 물속에서도 원격제어가 가능하며 여러개가 ‘뻥’하고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제 3개 만들었고 앞으로 9개를 더 만들어 12개를 채운 이후 특수훈련된 저글러들과 실험에 들어가게 된다. 작전은 전략전술가인 톰 존슨이 짜게된다. 나는 몰래 이 기술을 빼돌려 이스라엘에 팔아넘길지도 모른다. 이스라엘이 까다롭게 굴면 한국에 팔수도 있다.

내 능력이 된다면 이 모든 것을 다 지워 버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그 무엇을 만들고 싶다.
26.11. 2010 암서동 전파사 권씨
© 2024 Byungjun Kwon All rights reserved.
For general inquiries Download CV as PDF
Close